• 생각없는 생각(2006)

    2006. 10. 1.

    by. dreampop

    배성호 개인전, 생각없는 생각, 20060918 - 20061001, 사진쟁이1019











    2000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자신이 직접 작업하던 암실에 나를 데리고 간 한 친구의 덕택이었다.
    요술 같은 작업과정, 약품들의 냄새, 암실 속에서 흘러내리던 물..
    이런 모든 것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금새 나는 같은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로부터 줄곧 사진을 찍게 되었다. 혼자 책을 보고 혼자 걷고 혼자 사진을 찍으며 혼자 암실에서 작업을 했다.

    그러는 동안 무언가 의미를 담으려거나 의미심장한 사진을 찍으려 노력한 적은 없었다.
    그저 줄곧 걷고 무심히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을 찍던 날의 날씨, 공기, 빛 등이 점점 잊혀져 가는 순간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생생히 되살아나던 것들이 점차 다시 떠올리는데 시간이 걸리기 시작하더니 어떤 것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게 되었다.


    잊지않기 위해서, 마음편히 잊기 위해서 그 동안의 사진을 모아 전시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언젠가 시간이 더 흐르고나면 
    나는 그날의 기억들을 잊지만, 잊지는 않으리라.

































































































































































































































































































    <전혀 알지 못하는 스치듯 봤던 피사체를 찍어둠으로 해서 그것들이 내게 사진으로 남는 것과 같다>


    배성호님에 대한 기억은 ‘뵤뵤의 산뜻한 우울함’의 세 사람 사진전에서부터의 기억이며 배성호란 이름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도 그 전시를 다시 생각하며 떠오르는 기억이다.

    알지 못하는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내게 사진 찍는 행위와 같다.
    전혀 알지 못하는 스치듯 봤던 피사체를 찍어둠으로 해서 그것들이 내게 사진으로 남는 것과 같다.
    그렇듯이 뵤뵤의 사진전에서 그 흑백사진의 산뜻함에 반한 것이 그 시작이다.
    내가 기억하는 그것에 저버리지 않고 이렇게 전시함이 즐겁다.

    ‘생각 없는 생각’ 참 묘한 단어이다. ‘생각 없는 생각’ 입으로 되뇌어 본다. 생각 없는 생각, 생각 없는 생각, 생각 없는 생각....

    생각 없이는 생각이 있을 수 없다. 생각이 있기에 생각이 있다. 그런 것으로 보면 이번 사진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이 금연의 나라로 되어가는 요즈음 작가는 홀로 창가에서 긴 호흡하며 담배 한 모금 빨면서 심호흡 한다.
    매일 그곳에서 그렇게...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사진을 찍는다. 바로 그렇게 무심코 찍어진 사진들이, 바로 ‘생각 없는 생각’들이 모여 사진전을 하는 것이다.

    ‘뵤뵤의 산뜻한 우울함’ 때에는 흑백사진의 아름다움에 나는 감동했다.
    이번 생각 없는 생각전은 그때보다 스스로가 정리되어 있다. 정리라기보다 더 자기 체질화 된 자기이야기가 사진으로 잘 드러나 있다. 사진으로 거듭나는 경우다. 사진이란 것이 있는 그대로의 확인에서 시작되어지는 것이고 보면 배성호님의 일상의 확인이 사진에 잘 드러나 있다. 그 드러남의 빛과 그림자의 느낌이 그 누구보다 두드러져 보인다.

    그 이유인즉, 작업일지에 보면 작가는 혼자하기를 좋아한다.
    혼자 책 보고. 혼자 걷고. 혼자 암실에서 작업한다. 혼자, 그 혼자하면서 자기와의 대화 그 독백이 자기를 한 걸음 거듭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독백이 승화하여 사진 찍으며 날씨를, 공기를, 빛을 느끼면서 이제는 웨인 왕 감독의 영화 스모크의 그 주인공같이 살아가는 것, 그것이 되어져야 한다. 사진으로 사는 것, 그것 말이다.
    또다시 작업일지로 가 보자. 무언가 의미를 담으려거나 의미심장한 사진을 찍으려 노력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의미심장함, 그것은 사진으로 그럴듯한 사진을 말한다. 즉 너무 힘이 들어가거나 사실 이상으로 뭔가가 있어 보이는 것, 본래 사진이 갖고 있는 것 이상의 무엇을 사진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 그러니 자연스런 마음 가는 데로 찍어진 사진다운 사진 찍기는 아닐 것이다.
    사진다운 사진 찍기에서 새로움으로 거듭나는 것은 사진으로서의 새로운 상상력이다. 가끔 그것이 보여서 좋다. 이것이 꼭 이것이 아니고, 그것이 더 이상 그것이 아닌 상상력, 바로 그것이 ‘생각 없는 생각’일 것이다. 참으로 처음 본 그때보다 많이 발전했다. 그렇듯 매순간 사진 찍기 위해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멋있고 아름답게 살기위한 삶의 수단으로서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서로 열심히 살자. 우리는 그렇게 이 세상을 함께 사는 의식의 동반자들이 아닌가. 열심히 하자. 열심히 살다보면 되어지는 사진이, 자연스럽게 되어지는 사진이, 그것이 바로 쉬운 사진, 즐거운 사진이 되어 아름다운 삶이 되어질 것이다.

    글 : 최 광 호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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