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 0901

    2025. 3. 23.

    by. dreampop

     

    FED 5 ❘ Industar 55/2.8 ❘ Kodak T-max100

     

    2001년 9월 1일 토요일, 낮최고기온 31

     


    요즘은 며칠 전 일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꽤 오래 지났는데도 얼마 전처럼 생생한 기억도 있다. 

    꽤나 더웠던 그 날의 날씨, 동아리 후배들의 표정, 함께 걷던 길, 내 손에 쥐어있던 작고 낡은 카메라

    새로운 스캔용 필름홀더를 테스트하려고 막 현상한 필름을 스캔하다가 형편없는 사진들에 실망하고 예전의 나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면서 뒤적거린, 책장에 빼곡히 꽂혀있는 필름파일들 사이에서 이 필름을 발견하기까지 한참을 잊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 조금은 현명해지고, 사진도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몸은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고, 그날그날 컨디션에 좌지우지되는 기분과 판단력, 늘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사진실력, 비슷한 것만 찍고 있는 지루함, 수전증이라도 온건지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리는 사진들만 남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기운이 넘치고, 내 감정에 솔직하게 웃고 울었고, 대단치 않은 나라도 아주 약간은 빛났을 그런 시절이 많이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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